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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araphilia

Hebu

...

 
...
 
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? 
 
땀에 흠뻑 젖어 축축해진 캐미솔과 브래지어를 벗으며 본 창문 밖은
어두컴컴한 새벽이었다. 


.. 사실 아침이든 밤이든
창문 밖은 항상 어둡다. 

하늘에 해는 사라지고, 달만이 남겨진 지 벌써 석 달째, 
지금이 언제인지 구분할 수 없음에도,
새벽인지 알 수 있었다. 
 

어째서일까? 
이 상황에 익숙해진 탓일까?
 
 
...
 
 
속이 메스껍다.
두 번 다시는 창문 밖을 보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,
 
벗은 속옷을 들고 침대에서 일어나,
 
 
탁자 위에 있는
턴테이블의 강아지 그림에 입맞춤을 한 뒤,
제일 아끼는 노래를 틀었다.
 
 
바람에 덜컹거리는 창문소리와 노래가 어우러져 꽤나 운치 있었다.
 
벗은 속옷들은 빨래 바구니에 넣고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며 욕실로 가니,
       가 있었다.
 
 
...
 
 
피범벅이 된 채 실오라기 하나 없이 욕조에 누워 있는         
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워, 하염없이 쳐다보게 되었다.
 
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         의 몸은 차갑고 딱딱해
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지만,
 
 
이상하게도,
그 차가운 몸은 날 뜨겁게 만들었다.
 
 
...
 
 
이 일그러진 애정은 이내 가장 상스러운 행위로 발산되었다. 

몇 시간에 이어진 수음 행위는 다시 온몸을 땀으로 뒤덮었다. 
입김과 교성, 땀과 조수가 가득 찬 내 작은 천국은 

다른 이가 보기엔 지옥이나 다름이 없으리라.
 
 
...
 
 
어지럽다.
머리도 말리지 않고 가운만 걸친 채, 침대에 엎어져 누웠다.
 
쭈글쭈글해진 손가락을 보니 방금 전 상황이 떠올라 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.
안 봤지만, 필시 홍당무가 됐을 테지,
 
낯부끄러운 일이 끝나니 한 순간에 피곤함과 나른함이 몰려왔다.
 
 
.. 오늘은
여기까지만 하자.
 
 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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속앓이

Hebu
.


누군가와의 대화가 두렵다.

눈을 마주 보는 것이,

선택을 강요 받는 것이,

내 대답을 원하는 것이,

그 기다림의 침묵이,

내 짧고 멍청한 생각이

무시 당하고 비웃음 받는 것이 두렵다.

그렇기에 더욱 입을 굳게 잠군다.

아무도 모르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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깨달았다

Hebu

여태까지 내가 이뤄낸

모든 일들은 거짓이었다.

이제야 난

내 거짓말이 나조차 속였음을 깨달았지만,

난 이미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없게 돼버렸다.

내가 다시 이뤄낼 일 또한 거짓일 테니

차라리 모든 걸 포기하련다.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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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제

Hebu

 


그리려 하면 더 멀어지고

지우려 하면 더 번질 뿐이니

더 이상 당신을 그릴 수 없음에도

아직도 그리는 내 눈물마저도

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는데

이 마음을 어떻게 전하면 좋을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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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hey don't know

Hebu


내 춤을 봐줘.

나에게 관심을 줘.

나도 주목 받고싶어.

나도 주인공이 되고싶어.

너희들 사이에 끼고싶어.

제발

날 중심에 세워줘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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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자와 뽀뽀를 하면 아기가 생긴데.

Hebu

立島夕子


축축하고 미끈거리는 더러운 민달팽이가

내 입속을 휘젓고 가네.

이제 아기가 생기는 걸까


몇 번을 토하고 닦아내도

그가 남긴 흰 점액이

아직도 내 입속에 남아있는 것 같아서


씨발

기분 나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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숙면

Hebu

https://www.instagram.com/emornim/




눈을 감아도 잠은 오지 않고,

약을 먹어도 통증은 낫질 않으며

무엇을 해도 슬픔은 가시지 않으니,

내가 지쳐 잠들 때

부디 내가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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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제

Hebu


멈추고 싶다.

쉬고 싶다.

시간은 날 기다리지 않는다지만,

오늘 하루는 몇 분이라도 좋으니

어디든 걸쳐 앉아

그냥 멍 때리면서 담배 필

편안하고 적적한 시간을 내게 주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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